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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그대를 사랑합니다> 노년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강풀원작. 그대를 사랑합니다.



웹툰을 챙겨보는 나를 잔소리 하는 여자친구가 있다. 그녀는 소설을 좋아한다.
난 만화라도 몇몇 작품은 영화,소설,음악만큼 혹은 뛰어넘을 만큼 보는이에게 메세지와 감동을 전달하는 훌륭한 미디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편 여자친구는 대부분의 한국성인들이 그렇듯 만화를 시간때우기용의 수준낮은 (애들이나보는 유치한) 매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를 웹툰이나 보는 철이 덜든 남자라 인식을 하는 여자친구에게 반격하기 위해, 그리고 모든 만화가 수준낮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여자친구에게 한편의 만화를 추천하는 작전을 세웠다. (라기보단 반드시 보라고 강요하였다.)
내용이 어렵지않고 개개인의 성향을 타지 않으며 여자친구가 사람의 감성을 기교있는 문체로 표현하는 소설을 좋아한다라는
점을 고려해 선택한것이 강풀의 웹툰. 그대를 사랑합니다.
슬픈영화를 보러가 피식 웃고나온다던 여자친구.

여자친구는 밤새 만화를 보며 포풍눈물을 흘렸다.

영화를 뛰어넘는 감동을 주는 만화. 만약 만화가 아니라 영화였으면 어땠을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원작을 가지는 영화는 원작이 훌륭할수록 필연적으로 영화가 욕먹을 확율이 높아진다.
그런데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네티즌 평가는 놀랍다.
네티즌의 평점과 대부분 반비례하던 전문가평점또한 높은점 역시 특이하다.


미친듯한 평점.영화전체 순위 1위.

강풀원작의 영화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쉽게도 이적작들은 모두 흥행에 실패하고 비참한 평가를 받았다.
왜그럴까? 이전 작들의 원작이 수준이 낮아서? 아니다.

감독은 훌륭한 원작에 끌려가며 너무 완벽히 모든것을 표현하려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원작의 굴레에서 벗어나기위해 원작을 훼손하거나 각색하려 하지도 않았다.
원작의 무엇에, 어떤 감정에 포커스를 마출것인지 확실히 선택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잘라내고 첨가했다.
물론 이 모든것의 바탕엔 베테랑 배우들의 위대한 연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성공했다.



------------------------------이제부터 영화와 원작에 관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사랑. 그것은 불변의 아름다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언뜻 보면 노년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다. 청소년,20대,중년의 사랑은 분명 차이점이 있다. 노년의 사랑도 그들만의 어떤 특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사랑을 그렇게 나이별로 나누어 표현하지 않았다.
노인만의 감정을 다루지 않는다. 그들의 나이를 말하지 않는다. 노년의 사랑을 차별 하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느낀 비슷한 관점의 영화인 '죽어도 좋아'와의 결정적 차이점이다.

극중 김만석과 송이뿐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들의 사랑모습은 노인들만의 것이 아니다. 당장 주인공들을 젊은 층으로 바꿔도
어색하지 않는 일과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노년의 사랑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단지 사랑을 이야기함에 있어
두명의 노인을 주인공으로 세웠을 뿐이다. 그로인해 사랑의 순수성이 더욱 진해졌을뿐이다. 

전하고자 하는것은 남녀 두명의 사랑이지 노년의 사랑이 아니다.


노인 김만석이 아닌 사나이 김만석일뿐

차가운 도시 바이크 남자 김만석.jpg

그렇기에 영화는 주인공들이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대상을 전연령으로 확장할수 있다. 보는이의 나이가 어떻든 거부감없이 공감을 하고 감정이입을 할수있기 되었다. 사랑은 나이와 세대를 가로지르는 불변의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감독은 '노년의 사랑' 이 아닌 '사랑' 그자체에 표현하고 있다.

아쉬움

앞서 말한대로 사랑자체에 무게를 두다보니 노년들만이 가질수 잇는 이야기들이 크고 작게 삭제 되었고
이는 등장인물들이 노인이라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싶지 않았던 감독의 의도였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럼으로 인해 아쉬운 점들이 생겨났다. 상대적으로 노인들의 삶에 대한 표현이 부족하게 되었다. 


원작 웹툰에서 다큰 성인들이 모니터앞에서 잃어버린줄알았던 눈물을 펑펑흘리게 한 가장 큰 사건은
장군봉 부부의 죽음과 송이뿐의 어머니가 송이뿐의 이름을 불러주는 장면이였다.
특히 두번째 송이뿐과 어머니의 만남은 원작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으로 정말 가슴이 벅차고 답답할정도 였다.

하지만 영화에선 후자의 씬은 삭제되었고 장군봉부부의 죽음은 슬프긴하나 원작에 비하면 감정이
폭팔하진 않았다.(..그래도 울었다)
이점이 스스로도 이상하게 생각되었는데 처음엔 이미 스토리를 알고 있기 때문인거라 생각했지만
원작의 경우 수없이 봐도 같은 부분에서 슬펐던것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바른 이유가 아니다.


꼭잡은 두손

가장 큰이유는 장군봉부부에 정보가 영화에서는 부족하게 나온것 때문이다.
어째서 장군봉이 커피를 마시는건지 왜 장군봉의 아내가 장군봉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해달라고 하고
왜 벽에 그림을 그리며 그 그림이 무엇을 말하는건지 즉, 장군봉 아내의 치매와 관련된 내용들이 삭제 되었거나
원작에 비해 미흡했다.
그로인해 그들에게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지 못했던 것이 크다.



우리는 아줌마만 되어도 그녀들에게서 여성성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할머니는 오죽할까.
삭제된 송이뿐과 어머니와의 만남은 이뿐이가 노인이 아니라 한명의 여성임을, 나이든 할머니가 아닌 그녀 역시 
누군가의 딸이었고 여전히 그렇다는 것을 전달함으로 그녀의 힘들고 지친 삶과 여성으로써 포기해야했던것들
을 우리가 다시 되새길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사랑하는남자(만석)와 헤어져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이뿐이의 행동에 이해를 돕는다.


ㅠㅠ...

이뿐이의 예전 동거남과 어머니와의 만남씬이 삭제된건 아쉽다. 어찌보면 영화만 봤을때 왜 이뿐이가
만석을 떠나고자 하는건지 이해가 안된 사람들이 있을거라고 생각된다.


원작과 다른 감동..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이렇게 노인성을 배제함으로써 우리는 두주인공의 사랑에 집중할수있게 되었다.
그결과로
영화에서 만석이 이뿐이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원작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맹세하건대 내가 본 어떤영화,드라마의 남자주인공보다 멋있었다. 포스터대로 내가본 생애 가장 아름다운 고백이였다.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고백하는 장면에서 여자도 아니고 남자인 내가 감동을 먹고 울다니...

이렇게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원작을 바꾸지도, 그대로 따라하지도 않으면서 감독은 원작자와 조금은 다른 접근과 연출을 통해 또다른 감동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원작엔 슬픔이 많이 느껴지지만 영화는 슬픔보단 아름다움과 감동이 더 느껴진다.

부모님과 같이 봐도 좋지만 그렇다고 부모님들에게만 공감되는 영화는 되지 않았다.

원작을 보고 난뒤 가장 크게 떠오르는 사람이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 였다면
영화를 보고 난뒤 가장 크게 떠올려지는 사람은 각자의 가장 '사랑하는 그대' 가 될 것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